피아노과 동기들의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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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자유로운 일상 및 후기

피아노과 동기들의 10년 후

by DJ.Girin 2024. 11. 21.

"피아노과 동기들의 10년 후"

 

"야, 아직도 재즈 치냐?"
이건 피아노과 동기들 모임의 국룰 질문이다.
10년 만에 만난 우리는 모두 다른 건반 앞에 앉아있었다.

 

한 동기는 대형 기획사 전속 작곡가가 되어 신인 그룹 곡 작업에 한창이었고, 프리랜서를 선택한 동기는 드라마 OST부터 예능 BGM까지 종횡무진이었다. 세션으로 전향한 친구는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의 무대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음원유통사에서 차트와 숫자로 음악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모두 피아노과 출신이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만지고 있었다.

 

"넌 재즈 클럽에서 아직도 연주한다며?"

"어, 퇴근하고 가끔씩"

"역시 넌 변함없다" 웃음 속에 숨은 부러움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낸 음악에 대한 경의일까.

 

밤새도록 이야기는 이어졌다.
누군가의 신곡 작업 비하인드,
OST 편곡 과정의 에피소드,
무대 위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실수들.
우리는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있었다.

 

같은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각자 다른 건반을 누르며
저마다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어떤 건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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