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피아노 건반 앞에 앉아있던 내가 이제는 마이크 앞에 앉아 다른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 VMR 인터뷰어 제안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 '아, 이건 꼭 해봐야겠다'는 설렘이 더 컸다.
투잡 뮤지션으로서 낮에는 음원유통사에서 차트와 숫자로 보는 음악, 밤에는 재즈클럽에서 연주하는 음악, 그리고 이제는 인터뷰어로서 듣는 음악까지. 음악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생긴 셈이다.
처음 진행했던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하다. 긴장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VMR입니다"라고 말했던 순간. 그때는 몰랐다. 이 시작이 내게 얼마나 특별한 경험들을 선물해줄지.
인터뷰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작업이었다.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게 아니었다. 매 주마다 새로운 아티스트의 음악을 찾아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부하고,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 마치 재즈에서 즉흥연주를 위해 코드를 연구하는 것처럼, 각 아티스트만의 '코드 진행'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특히 투잡 뮤지션으로서 나의 경험이 인터뷰에 의외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더 깊은 공감과 이해를 담아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래서 퇴근하고 작업하실 때는 어떠세요?"라는 질문 하나에도 서로의 고단함과 열정이 녹아있다.
가끔은 인터뷰이가 "어, 혹시 재즈바에서 보지 않았나요?"라고 물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살짝 웃으며 "네, 저도 피아노 칩니다"라고 답한다. 이런 우연한 연결고리들이 인터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VMR을 통해 만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는 내게 큰 영감이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모습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편집하면서, 나의 음악 여정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음악이란 건 결국 '소통'이 아닐까. 건반을 통해, 마이크를 통해, 때로는 침묵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이제 VMR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연주자로서, 회사원으로서, 그리고 인터뷰어로서. 각각의 역할이 서로를 보완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재즈에서 각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채워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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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만난 특별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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