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달콤하고 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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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자유로운 일상 및 후기

음악은 달콤하고 쓴 맛

by DJ.Girin 2024. 11. 10.

오늘 먹은 초콜릿이 쓰다.
평촌 학원가에서 초콜릿 라떼를 마셨다.
달콤해 보이는 초콜릿 알갱이가 입 안에서 씹히니 쓰다.
이런 거 있지 않나. 달아 보이지만 씹으니 쓴 것들. 그 중 하나가 음악이다.

처음 재즈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달콤한 동경이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자유롭게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 설레던 순간들. 하지만 실제로 맛보니 쓴맛이 강했다. 무대에 설 때마다 찾아오는 불안감, 끝나지 않는 연습과 고민들, 그리고 현실이라는 벽.

그래서 선택한 직장이었다. 안정이라는 달콤함을 찾아서. 음원유통사에 들어가면 음악과도 가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그랬다. 매일 새로운 음악을 만나고, 차트의 흐름을 보며 이 바다같은 산업을 배워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쓴맛이 숨어있었다. 좋아하는 음악이 숫자가 되어 보일 때면 마음 한켠이 씁쓸해진다. 내가 만드는 음악도 이렇게 차가운 숫자로만 보일까. 때로는 낮에 본 차트가 밤의 연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데 묘하다. 이 쓴맛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마치 다크 초콜릿처럼. 처음엔 쓰지만 깊이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에 매료되는. 낮에는 차트를 보며 음악 시장을 이해하고, 밤에는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깊은 음악을 만들어간다.

투잡 뮤지션의 삶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달콤함과 쓴맛이 공존하는 초콜릿 같은. 그리고 우리는 그 맛을 음미하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때로는 쓴맛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또 다른 한 모금을 기대하며.

이제는 안다. 이 쓴맛이 있었기에 더 깊은 맛을 알게 되었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맛을 경험하게 되겠지. 달콤했다가 쓴맛이 나는 이 여정 속에서.

오늘의 초콜릿 라떼처럼, 내 음악 인생도 겉보기엔 달콤하지만 깊숙이 씹어보면 쓴맛이 남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이 복잡한 맛의 조화가, 결국 나만의 특별한 음악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음악일기 #투잡뮤지션 #초콜릿 #일상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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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또 다른 맛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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