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안정 사이, 내가 선택한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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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자유로운 일상 및 후기

재즈와 안정 사이, 내가 선택한 이중생활

by DJ.Girin 2024. 11. 7.

퇴근 후 재즈 클럽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회사 노트북을 넣어둔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오늘 연주할 악보가 들어있다. 낮에는 음원유통사 직원, 밤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이렇게 이중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꽤 시간이 흘렀다.

"전업 뮤지션의 길은 정말 없었을까?"

학창 시절, 나의 첫 재즈와의 만남은 의외로 리듬게임이었다. Ez2dj의 'Complex'와 팝픈뮤직의 'Ergosphere' 같은 프리재즈 퓨전 스타일의 게임 음악들이 내 귀를 사로잡았다. 재즈라는 장르가 이렇게 자유롭고 매력적일 수 있다니. 그때부터 나는 재즈의 세계에 조금씩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전공자들 사이에서 느낀 실력 차이, 한정된 공연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내가 재즈 피아니스트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불안감. 학교 생활을 핑계로 연습을 미루기도 했고, 때로는 피아노 앞에 앉는 것조차 두려웠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지원한 음원유통사에 합격했다. 처음에는 음악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음악 업계 안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졌다.

낮에는 차트와 숫자로 음악을 바라보고, 밤에는 즉흥연주로 감정을 쏟아낸다. 언뜻 보면 모순된 것 같은 이 일상이, 의외로 나에게 특별한 관점을 선물했다. 음원유통사에서 만나는 수많은 음악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는 음악 시장의 현실은 내 음악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다.

완벽한 연주자가 되지 못할까 두려워했던 나는, 이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전업 뮤지션이 아니어서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낮에는 음악 시장을 배우고, 밤에는 그 배움을 나만의 음악으로 풀어내는 특별한 여정을 걷게 된 것이니까.

매일 밤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과 불안이 건반 위에서 춤추는 즉흥연주가 되어 흩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선택한 이중생활이 특별한 이유가 아닐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앞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투잡 뮤지션으로서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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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퇴근 후 시작되는 나의 또 다른 하루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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