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면서 웃으시잖아요"
오늘도 재즈 클럽에 모인 우리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베이시스트는 음악 프로듀서고, 드러머는 헬스장에서 일한다.
나는 사무직 직장인.
각자의 바쁜 하루를 접고 이 자리에 모인다.
처음엔 그저 연주가 하고 싶어서였다. 무대에 서고, 음악을 하고, 박수를 받는 것.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연주하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피아노 치실 때 웃으시잖아요. 그 모습이 참 좋아서 자주 오게 돼요."
처음엔 그저 인사치레로 들었다. 하지만 비슷한 말들이 쌓여갈수록, 내가 무대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연주하면서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가, 흔들리는 어깨가, 리듬을 타는 고개의 움직임이 - 이 모든 것들이 음악과 함께 그들에게 전달되는 거였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올 때도 있고, 회사 일이 잘 안 풀려 울적할 때도 있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첫 음을 누르는 순간, 그 모든 피로가 음악으로 녹아든다. 블루스로, 스윙으로, 발라드로. 내가 위로받는 것처럼, 객석의 누군가도 위로받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일이 안 풀려서 한잔하러 왔다가, 당신들 연주 보면서 내일도 잘 해보자는 용기를 얻어가요."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매일 밤 이 자리에 모이는 건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서로의 하루를 위로하고,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이라는 걸.
투잡 뮤지션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있어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그들의 미소가 다시 나의 힘이 되는 이 특별한 교감.
음악은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들과 마주하는 매일 밤이 특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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