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면서 웃으시잖아요
본문 바로가기
[후기] 자유로운 일상 및 후기

연주하면서 웃으시잖아요

by DJ.Girin 2024. 11. 12.

"연주하면서 웃으시잖아요"

오늘도 재즈 클럽에 모인 우리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베이시스트는 음악 프로듀서고, 드러머는 헬스장에서 일한다.
나는 사무직 직장인.
각자의 바쁜 하루를 접고 이 자리에 모인다.

처음엔 그저 연주가 하고 싶어서였다. 무대에 서고, 음악을 하고, 박수를 받는 것.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연주하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피아노 치실 때 웃으시잖아요. 그 모습이 참 좋아서 자주 오게 돼요."

처음엔 그저 인사치레로 들었다. 하지만 비슷한 말들이 쌓여갈수록, 내가 무대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연주하면서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가, 흔들리는 어깨가, 리듬을 타는 고개의 움직임이 - 이 모든 것들이 음악과 함께 그들에게 전달되는 거였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올 때도 있고, 회사 일이 잘 안 풀려 울적할 때도 있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첫 음을 누르는 순간, 그 모든 피로가 음악으로 녹아든다. 블루스로, 스윙으로, 발라드로. 내가 위로받는 것처럼, 객석의 누군가도 위로받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일이 안 풀려서 한잔하러 왔다가, 당신들 연주 보면서 내일도 잘 해보자는 용기를 얻어가요."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매일 밤 이 자리에 모이는 건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서로의 하루를 위로하고,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나누는 시간이라는 걸.

투잡 뮤지션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있어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그들의 미소가 다시 나의 힘이 되는 이 특별한 교감.

음악은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들과 마주하는 매일 밤이 특별한 이유다.

#투잡뮤지션 #재즈클럽 #일상 #음악이야기 #재즈

---

댓글